어느 날인가부터 평소 잘해나가시던 생활습성이 변하고 또 실행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면, 치매인가 의심을 해보고 검사로 확인하셔서 빠른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오늘은 치매 증상 중, 흔히 볼 수 있는, 씻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증상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가족 중에 그런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다음 사례를 읽으시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양시설에서 복지사로 근무할 때 일입니다.
이순자(가명) 어르신은 작은 체격에다 오랜 당뇨로 많이 마르셨어요. 겨우 32~34Kg 정도로 기억합니다. 이 분은 치매 판정받고 점점 치매증상이 진행되다 보니 직장 생활하는 자녀가 도저히 감당이 되질 않아 시설에 모시게 된 케이스입니다.
이순자 어르신은 젊은 시절엔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유행에 맞춰 옷을 사러 다니며 멋을 부렸다고 해요. 그러던 분인데 씻을 때가 되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갑니다.
온갖 핑계
"아야~ 머리가 아파." "배가 아파." "몸이 안 좋으니까 다음에 씻을게."
"어제 씻었어. 아직 씻으려면 멀었어."
"그럼 옷이라도 갈아입읍시다." 하면 "괜찮아, 다음에 목욕하고 갈아입을 거야." 하십니다.
씻지도 않지, 옷도 안 갈아입지. 머리도 안 감지. 에그~ 좋지 않은 냄새가 방 안에 "솔솔" 스며듭니다.
그렇다고 우격다짐으로 씻기려 하면 공격적 행동도 불사합니다. 욕을 한다거나 꼬집거나 주먹질, 물건을 집어던지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어요.
공격적 행동을 보일 때
치매어르신들에게는 점점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지면서 오는 외로움, 무력감, 또 긴장에서 오는 불안과 초조, 안절부절 증상을 많이 보입니다. 그런 상태에 있는 분에게 억지로 강요한다면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무시당한다는 느낌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제지하려고 하지 말고 한 발짝 물러나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고 치워놓거나 그 행동이 사그라들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안심시켜 드리고 왜 화가 났는지 공감해 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흔히 가족이나 돌봄 관계자들이 어르신에게 "그때 왜 그러셨어요?"하고 지나간 행동들을 상기시키며 그래서는 안된다는 등 교육이나 고치려 드는 것은 치매어르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지식이 입력도 되지 않거니와 잘못을 지적당한다는 생각에 감정만 상해버립니다. 인지능력은 저하되어도 감정은 늦게까지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상황연출이 필요해
씻기를 왜 그리 싫어하실까? 무엇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유심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이순자 어르신은 너무 마르고 살이 거의 없어 뼈에 가죽만 붙어있는 형국입니다. 아마도 형편없이 마른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맘에 씻기 싫어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고. 또 목욕하는 환경이 어르신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있는지 다시금 살펴보기도 하고, 어르신이 좋아하실만한 환경은 뭘까? 고민하면서 진짜 같은 가짜 화분으로 분위기를 좀 더 따스하게 만들었지요.
때로는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옷에다 주스를 쏟아봤습니다.
"에구, 옷이 다 젖었네. 감기 들라, 얼른 옷 갈아입으셔야겠어요." 그런 다음 좋아하는 옷을 직접 고르게 하면서 내친김에 운이 좋으면 목욕으로 연결되거나 아님 옷이라도 갈아입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 가는 과정에 좌충우돌하면서 각 어르신에 맞는 적절한 방법들로 안정을 찾아갑니다만 그동안은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공격적인 행동을 고스란히 견디며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고요.
"어르신 좋아하는 아들이 면회온대요. 깨끗이 씻고 예쁘게 하고 계셔야지 어르신의 지금 이 모습 보면 아들의 마음이 아플 거예요." 또는 "이번에 태어난 예쁜 손녀 보러 가셔야지요. 얼른 씻읍시다." 하면 효과가 있어요. 막상 다 씻고 나면 "개운하다. 기분 좋다" 하시고 또 손녀 보러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잊어버리시니 사진으로 대처가 됩니다.
어르신들마다 살아오신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에 증상도 각기 다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치매어르신을 돌보시며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제 경험이 적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또 다른 보람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