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행동하기요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상식적으로라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요양원으로 들어갈 시기 및 조건과 갖춰야 할 서류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에 요양보호사로서 장영자(가명) 어르신을 돌보며 요양원에 입소하기까지 일들을 적어봅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혹시 이 글을 처음 접하신다면 이해를 돕기 위해 1편을 먼저 읽고 오신다면 이해가 될 거예요. 아래에 링크해 놓겠습니다.

 

 

독거노인과의 만남, 아니 이럴 수가! 요양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1)

운명처럼 만나게 된 독거노인(가명: 장영자)은 요양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마땅히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삶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사회적 고립상태였습니다. 주변에 비슷한 상황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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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은 그런 곳이 아니에요

 

장영자(가명) 어르신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공단에서 장영자 어르신 댁을 방문하여 체크하고 간 9일 후에, 등급이 4등급에서 3등급으로 상향조정 되고 요양원 입소할 수 있도록 '시설급여'가 인정된 서류들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물밑작업을 해 오던 와중에도 여전히 어르신은 "요양원에는 안 간다"라고 완강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주민센터 복지과에다 전화해서 어르신의 위험상황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며칠 뒤 방문한 주민센터 복지사는 상황을 체크하고는 어르신에게 다짜고짜 "요양원에 가셔야 한다"라고 강하게 권했습니다.

 

지독히 열악한 환경에서 폐지와 종이박스를 주으며 생활하시던 고달픈 삶을 이어오다가 "덜컥" 파킨슨이란 병까지 얻게 된 어르신입니다. 그런 어르신에게 매일 방문하여 머리에서 발끝까지 씻겨드리고 입히고 먹을 것 챙겨드리니 "선생님의 속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라고 하시며 지금으로 만족하니 다시는 요양원 얘기 꺼내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작전을 바꿨습니다.

 

"저도 이제 곧 멀리 이사 가야 하기 때문에 어르신을 언제까지나 돌볼 순 없어요. 그리고 저는 3시간만 돌보고 가지만 어르신에게는 24시간 도움의 손길이 없이는 너무나 위험해요. 제가 좋은 요양원을 찾아내어 어르신이 그곳에서 생활하시게 된다면 맘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 저의 상황)

저는 어르신에게 요즘 요양원이 얼마나 시설이 잘 되어있으며 어르신이 생각하는 그런 나쁜 곳이 아니니 한 번 가서 체험해 보자고 권하고 또 권했습니다.

 

요양원 체험하기

 

주민센터에서 주선해 준 요양원의 시설장이 하루 체험하자며 어르신을 모시러 왔습니다. 안 간다고 거부하시는 어르신에게 "제가 어르신 옆에 꼭 붙어서 정말 좋은 곳인지 살펴볼게요." 안심시켜 드리고서야 겨우 진행되었습니다.

 

늘 어두운 방에 혼자 계시던 어르신이 채광 좋은 곳에다 밝은 미소를 가진 요양보호사들의 인사와 그곳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만나 보니 싫지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점심과 저녁까지 제공하고 집으로 모셔다 주신다 해서 어르신을 맡기고 돌아왔지요.

 

다음날, "어제 요양원 가보니 어떠셨어요?" 여쭈니 어르신은 의외의 말씀을 하십니다.

"오늘도 가볼 거야."

"거기는 출퇴근하는 곳이 아녜요. 오늘도 가보고 싶다면 아예 거기서 사시는 건 어때요? 하니 대답을 안 하십니다.

요양원 시설장에게 전화했습니다.

"어제 경험으로 어르신의 마음이 80%는 기운 것 같아요."

"그럼 오늘도 체험하시도록 차와 직원을 보내겠습니다."

 

요양원 프로젝트 완료

 

다음날, 어르신이 마음의 결정을 하셨는지 조바심이 나서 보통날보다 일찍 방문했습니다.

요양원 시설장과의 통화로 알게 된 사실인 즉 어제 요양원에서 어르신이 결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입소하겠노라고.

어르신은 제게 "그동안 너무 고맙게 해 줘서 뭐든지 주고 싶은데..." 하며 뭔가 내미십니다. 그것은 늘 침대 발 끝에 두고 모아 온 동전들입니다. 제가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하니 서운해하시며 끝까지 물러서질 않습니다.

"울컥" 콧등이 찡해집니다. 비록 금액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 동전에 어르신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릇-속의-동전
어르신이 마지막으로 헤어지실 때, 주신 동전

 

어르신이 애지중지하는 배낭에다 입소 시 필요한 서류와 드시던 약들과 처방전, 그 외 꼭 필요한 몇 가지를 넣어드리고 나머지 짐 정리는 겨우 연락이 닿은 형제분께 맡겼습니다.

 

요양원 차를 타고 멀어져 가시는 어르신에게 손을 흔들자 그간의 갖은 우여곡절과 위험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부디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며 행복하시길 빌어봅니다. 그렇게 어르신 요양원 입소 프로젝트는 70일 만에 끝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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