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만나게 된 독거노인(가명: 장영자)은 요양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마땅히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삶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사회적 고립상태였습니다. 주변에 비슷한 상황의 어르신들을 발견한다면 도움이 될까 하여 요양보호사로서 경험했던 사례를 글로 남겨봅니다.
독거노인과의 만남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재가복지센터 대표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그동안 어르신을 돌보던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해요. 이 어르신은 날마다 돌봄이 꼭 필요한 분인데 선생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연락했어요."라고 하는 겁니다. 같은 시간대에 돌보는 어르신이 있기에 당연히 거절했어야 함에도 왠지 모를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어르신이 살고 있는 지역은 '장수마을'이라 불릴 만큼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십니다.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은 가족의 보살핌 속에 살고 있으므로 비교적 안전하지만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여러 가지 만성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치료에 적극적이지 못하므로 일상생활 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지요.
척 보아도 연식이 무척 오래된 다세대주택 앞에 이르렀습니다. 1층 현관문을 열자 어르신이 거주하고 있는 반지하에서 올라오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가 어르신이 살고 있는 집 안으로 센터 대표와 함께 들어갔습니다.
냄새가 너무나서 널브러진 기저귀는 우선 치우고 찍었어요.
"윽" 감탄사 아닌 비명이 나도 모르게 나옵니다. 방 1개에 주방이라고도 할 수 없는 조리대, 누군가 쓰다 버린 것 같은 소형 식탁이 있고 문턱이 한참 높아 드나들기 위험천만인 화장실 하나, 그나마 베란다 겸 보일러가 있는 좁은 공간에 아주 험한 세탁기가 놓인 게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바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배설물에 찌든 기저귀들과 옷가지들, 먹다가 흩어놓은 음식찌꺼기, 각종 쓰레기들로 넘쳐났습니다.
독거노인의 건강상태는
장영자(가명) 어르신은 파킨슨병을 앓고 계셨습니다. 표정 없이 앉아 계신 어르신을 보자마자 그 순간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동일한 시간대에 이전부터 돌보아 오던 어르신은 비교적 부족함 없이 지내시며 자녀들의 효성도 지극하기에 제가 아니더라도 돌볼 분은 줄을 설 것이라 생각되어 다른 분께 넘기기로 결정하고 이 어르신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그 어르신께도 잘 말씀드리고 마무리를 지었지요.
장 어르신은 미혼으로 자녀 없이 홀로 폐지와 종이박스를 주으며 살다가 파킨슨병까지 겪게 되었습니다. 손, 발가락도 기형인 데다 파킨슨 병으로 근육이 굳어져 운동장애는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누우면 스스로 일어나 앉지도, 걷기도 어렵고 말씀은 하시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듭니다. 손으로 물건을 들거나 뚜껑을 열기 어려워 그릇에 담겨있는 물이나 음식들을 엎지르고 쏟는 게 다반사입니다. 게다가 대, 소변 뒤처리가 되지 않아 착용했던 기저귀도 여기저기 널브러지고. 그러니 아무리 집 안을 정리해 놓고 가도 그다음 날 방문하면 언제나 난리법석 쑥대밭입니다.
아침에 방문하면, 입은 옷과 이부자리, 그 주변이 온통 소변으로 절어있는 채로 일으켜주길 마냥 기다리고 계십니다. 냄새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지요. 창문 열어 환기부터 하고 어르신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곤 화장실로 모시고 가기까진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겨드리고 약을 발라드리는 게 일의 시작이지요. 몸을 잘 가누지 못하니 넘어지면서 여기저기 찢기고 깨져서 온몸은 멍투성이에다 예전에 팔꿈치 골절된 곳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뼈가 어긋나 있어 더욱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어르신의 파킨슨 질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태임에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문요양으로는 3시간 밖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니 위험에 노출된 채 거의 방치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당장이라도 요양원으로 가셔야 할 상태이지만 본인 스스로 바른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치매환자가 아닌 다음 본인이 원치 않으면 강제로 입소시킬 수는 없습니다. 해서 센터 대표와 의논 끝에 서두르지 않고 어르신을 설득하여 요양원으로 모시기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요양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안타까워요
"어르신에게는 24시간 돌보아 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나는 잠깐 왔다 가지만 그 후에 더 돌봄이 필요하잖아요. 하루가멀다 하고이렇게 넘어져서 머리에 혹이 나고, 몸 이곳저곳에 멍자국 투성이고, 이제 뼈라도 다치면 어떡해요? 그러면 병원에 입원해야 되는데 간병해 줄 가족도 없고, 그게 안되면 인건비 비싼 간병인을 둬야 하는데 그것도 안되고 큰일이네. 그러지 말고 요양원에 갑시다.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자이니까 요양원에 들어가면 집세, 먹을 거, 입을 것 등의 생활걱정, 기저귀 떨어질까 하는 걱정 모두 없어져요. 간호조무사가 늘 있고 요양보호사가 24시간 대기 중이지 또 정기적으로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건강체크까지 해주시니 얼마나 안전해요?" 이렇게 줄줄이 읊어대면 바로 "안 가!" 하고 짧고 굵게 단호한 반응이 한결같습니다. "거긴 죽으러 가는 거야." 합니다. 외롭게 지하방에 갇혀 사시면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요양시설을 권하는데 유독 한 사람, 월세를 받아먹는 집주인아저씨가 '요양원은 죽으러 가는 곳이다'라는 말로 장 어르신을 그 지하방에 묶어두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 한 사람의 부정적인 말이 열 사람의 말을 뒤엎을까요?!
그렇다면 과연 장 어르신은 요양원으로 들어가셨을까요? 내용이 길어져 다음 글로 이어 쓰겠습니다.